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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 물 위의 우리 (세계관, 캐릭터, 연출)

by 과몰입고양이 2026. 6. 10.

출처 - 네이버 웹툰

 

 

힐링 웹툰인 줄 알고 결제했다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물 위의 우리》가 딱 그랬습니다. 제목만 보고 잔잔한 청춘물이겠거니 했는데, 첫 화를 열자마자 잠실 롯데타워가 수면 아래로 잠겨 있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한반도 대부분이 잠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 읽은 분이라면 비 오는 날 창밖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세계관, 얼마나 촘촘한가

이 웹툰의 세계관에서 가장 놀랐던 지점은 단순히 "물이 찼다"는 설정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각변동으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 1차 산업 종사자들이 사회에서 가장 귀한 인력이 됩니다. 여기서 1차 산업이란 농업·어업·임업처럼 자연에서 직접 식량과 자원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수몰 이전 시대에는 주변부 취급을 받던 이 직종이 갑자기 핵심 권력 기반이 되는 거죠.

그 결과 강원도처럼 개발이 덜 된 산지 지역이 새로운 권력 중심으로 부상하고, 잠실 수중 연구 기지와 강원도 생존 공동체, 그리고 외딴 마을 '용인 양지'가 삼각 갈등 구조를 이루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저는 이 설정을 읽으면서 실제 기후 시나리오가 떠올랐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 기준으로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1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IPCC). 이 웹툰이 그냥 SF가 아니라 현실의 연장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특히 실제 지명이 등장한다는 점이 몰입감을 배가시킵니다. 잠실 롯데타워, 남산타워, 북한산, 관악산 같은 장소가 수몰된 세계 속에서 묘사될 때,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그 감각이 꽤 오래 남습니다. 작가들이 현장 답사까지 다녀오며 지리적 고증에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제가 읽으면서도 그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캐릭터들, 처음 인상이 전부 틀렸습니다

 

독자들 사이에서 이 웹툰을 두고 "순두부와 5단계 마라탕을 번갈아 주는 웹툰"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캐릭터마다 감정의 층위가 상당합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와 이야기가 쌓인 이후의 인물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주인공 한별이는 처음엔 그냥 밝고 귀여운 아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을 적은 공책이 수십 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잠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살아온 아이가 '친구들이랑 운동하기', '별명 지어주기' 같은 소원을 그토록 많이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포칼립스라는 배경과 겹쳐지는 순간 전혀 다른 무게가 됩니다.

아버지 한호주는 전 잠실 본대 대장 출신이지만, 전투 상황을 제외하면 동네 평범한 아저씨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딸바보인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현실적이라 오히려 더 와닿습니다. 특히 아내를 테러로 잃고 난 이후 대사 한 줄 없이 작화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은, 제가 이 웹툰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멈춰 있었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최팔호는 중반부 이후 펼쳐지는 과거 회상 에피소드, 이른바 '입하-여름-가족 편'이 독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됩니다. 그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는 강원도 공동체의 폭력성이 단순한 악역 설정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도 그 파트 이후로 팔호를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없었습니다.

이 웹툰이 독자 구성 면에서도 특이한 이유는, 네이버 웹툰 성별 인기 순위에서 남성 14위, 여성 15위를 동시에 기록했다는 데 있습니다. 느와르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기반임에도 성별 관계없이 고르게 읽히는 작품은 실제로 드뭅니다.

이 웹툰의 캐릭터 매력을 한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별: 밝음 뒤에 숨겨진 결핍, 공책 수십 권이 그 증거
  • 한호주: 최강 전투력과 평범한 아버지의 공존
  • 최팔호: 과거 회상 이후 완전히 달라 보이는 인물
  • 강산: 까칠함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끝까지 유효

 

출처- 네이버 웹툰

 

연출 방식, 동화 그림체가 오히려 무기가 되는 이유

 

왈패 작가의 그림체는 둥글둥글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처음 몇 화는 이게 힐링 일상물인가 싶을 만큼 무장 해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 그림체가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라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이 연출 방식은 서사학에서 말하는 '대비 효과(contrast effect)'와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대비 효과란 상반된 감정이나 상황을 교차 배치함으로써 각각의 충격을 배로 증폭시키는 기법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웃고 노는 장면 바로 다음 컷에 인신매매 장면이 등장할 때의 온도차는, 만약 그림체가 처음부터 어두웠다면 절반의 효과밖에 내지 못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그림이 귀엽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귀여움이 치밀하게 계산된 설계였던 셈입니다.

각 회차 제목이 두 가지 의미로 읽히도록 설계된 구조도 인상 깊습니다. 이를 서사 구조 용어로 '복선(foreshadowing)'이라 하는데, 복선이란 독자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앞서 배치된 단서들이 이미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 웹툰은 제목 자체에도 그 장치를 심어뒀습니다. "물 위의 우리"에서 '우리'가 '우리(We)'와 짐승을 가두는 '우리(Cage)' 두 가지로 읽힌다는 점은, 용인 양지의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야 완전히 납득됩니다.

1화에서 수몰된 잠실 아파트 위로 물고기 떼가 유유히 헤엄치는 첫 장면에 실제 갈매기 소리 효과음을 삽입한 연출도, 지금 생각하면 이 작품이 처음부터 범상치 않음을 선언하고 있었던 겁니다.

탄생 배경과 아쉬운 점, 솔직하게 말하면

이 웹툰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탄생 배경에 있습니다. 스토리 작가 뱁새와 작화 작가 왈패는 실제 부부입니다. 2020년 집이 반쯤 잠길 정도의 물난리를 겪으면서, 그 와중에도 즐겁게 노는 자신들의 어린 딸을 보고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별이라는 캐릭터가 '아이의 시선'을 이토록 진심으로 담아내는 거구나,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현실 기반 설정이 독자를 단순한 판타지 소비자로 두지 않는다는 점도 큽니다. 실제로 환경부 기후변화 적응 정보 포털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수면은 이미 연평균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환경부).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결제율이 올라갔다"는 작가의 말은 빈말이 아닌 셈입니다.

아쉬운 점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초반의 일상 파트와 후반의 스릴러 파트 사이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힐링물을 기대하고 들어온 독자 입장에서는 배신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 온도차에 당황했던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게 의도된 설계라는 걸 알고 나서는, 오히려 그 설계 자체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픈 부분은, 인터넷 방송 도중 작가의 성매매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어 1부 완결 이후 현재 2년째 장기 휴재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작가의 메세지는 2025년 7월 13일 네이버웹툰 작가홈에 공식 입장문을 게재해 약 360명에게 법적 대응을 진행 중임을 밝혔으며, 고소 취하 루머는 사실이 아니고 2차 고소와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독자로서 기다리는 시간이 쉽지 않습니다.

 

 연재 중단 중 이지만《물 위의 우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장르가 한국 웹툰에서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귀여운 그림체에 속아 들어갔다가 세계관의 밀도와 캐릭터의 서사에 완전히 잠기는 경험, 직접 해보시길 권합니다.

비 오는 날 읽으면 효과가 두 배라는 말은 진심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1화부터, 다 읽으셨다면 최팔호 과거 회상 파트를 다시 한 번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네이버 웹툰 - 물 위의 우리

https://naver.me/506HCJVa

 

물위의 우리

수차례의 지각변동 이후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한 지구. 딸 한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호주는 한별이와 고향으로 향한다. 20년 만에 찾은 고향에는 수상한 행적들이 가득한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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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 판정 : ★★★★★ (5/5)

추천 대상

  • 재난·생존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
  • 인간관계 중심 드라마를 선호하는 독자
  • 청춘 성장물을 좋아하는 독자
  • 감정선이 깊은 작품을 찾는 독자
  • 잔잔하지만 몰입감 있는 웹툰을 원하는 독자

 

한 줄 평

"물이 잠긴 세상에서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웹툰."


 

참고: https://www.kmas.or.kr/webzine/review/2022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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