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다홍 · 2019–2022 · 130화 완결
이 웹툰, 도대체 어떤 이야기냐
처음 썸네일만 봤을 때는 솔직히 "귀여운 숲 판타지겠거니" 하고 별생각 없이 열었다. 그게 실수의 시작이었다 😅
숲속의 담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다. 자원이 고갈된 미래, 돈 있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우주로 튀어버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황폐해진 지구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설정이다. 그 세상에서 주인공 '담'은 손만 대면 생명체를 빠르게 자라게 하는 능력을 가진 소년인데 — 정작 본인은 그 능력 때문에 성장이 멈춰버렸다. 남 자라게 하다가 본인이 멈춰버린 것이다. 이 설정 하나로 이미 작품의 절반은 설명이 된다.
세계관이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읽으면 술술 들어온다. 처음부터 설명을 들이붓지 않고 담의 일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쌓이는 방식이라 어느새 이 세계 안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귀여운 그림체에 속으면 안 된다
숲속의 담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동화 같은 그림체인데 내용은 진지하다." 근데 이건 단순한 반전 포인트가 아니라 철저히 의도된 연출이다. 다홍 작가가 악의적으로 귀엽게 그린 것이다 (진심으로 칭찬이다).
황폐한 세상, 버려진 아이들, 인간의 욕심으로 망가진 지구... 이 묵직한 이야기를 부드럽고 따뜻한 선으로 그려내니까 오히려 방어막이 무너진다. 날카롭게 찌르지 않고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이다.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도 거칠고 어두운 작화였다면 "아 세상 망했구나" 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했을 것이다. 근데 이 작품은 그 세계 안으로 독자를 슬그머니 끌어들인 다음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더 잔인하게 슬프다 😭
동화 같은 껍질로 포장한 작품들은 많다.
근데 숲속의 담은 그 껍질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다.
세상이 아무리 망가져도 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일어선다는 것 — 사실 그게 동화의 정의이기도 하다.
주인공 담 —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이냐
담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오래 남는다. 능력 때문에 괴물 취급받고 혼자 숲에 숨어 살던 소년인데, 사람에게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의 문을 꽁꽁 잠가두고 있다. 근데 일행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정말 0.1mm씩 그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독자는 그 과정을 130화 내내 숨 참고 지켜보게 된다.
마냥 따뜻한 성장담처럼 보이지만 담의 성장에는 항상 묵직한 대가가 따른다. 남을 자라게 할수록 자신은 멈춰있으니까. 이 설정을 나중에야 제대로 이해했을 때 등골이 서늘해졌다 🤯 — 담이 남들에게 퍼준 것들이 결국 자기 자신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걸 알고 나서 초반부를 다시 보면 아예 다른 작품이 된다.

눈물 주의 — 마지막 화들 이야기 (약 스포)
스포를 살짝만 하겠다. 123화부터 결말까지는 진짜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보는 것을 권한다. 담이 모두의 곁을 떠나는 장면에서 각 인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어떤 아이는 밤하늘 별을 보며 자기는 외롭지 않다고 하고, 어떤 이는 추억이 담에게도 소중하게 남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읽는 내내 "나 안 울 거야" 하다가 결국 그냥 진다.
그중 담을 가장 따랐던 미쉬가 끝까지 가지 말라고 붙잡는 장면에서는 그냥 항복이다. 담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하는 그 장면 — 두고두고 생각나는 명장면이다. 다 끝나고 이불 뒤집어쓰고 멍하니 있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애정하기 때문에 하는 아쉬운 말
이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겠다. 중반부에 일행이 벙커에서 지내는 구간이 꽤 길게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에서 흐름이 약간 쳐졌다. 외부 세계를 탐험하던 긴장감이 잠시 멈추는 구간이라 초반의 숨 막히는 감각이 조금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몰입도가 높아야 할 시기에 잠시 발이 묶이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또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이라 사연이 다 펼쳐지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도 있었다. 아쉬운 이유는 그 인물들도 충분히 매력 있었기 때문이다. 더 보고 싶었는데 인사도 못 하고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게 작품의 흠이냐 묻는다면 — 사실 아니다. 130화 안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뽑아낸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결국 이 작품이 남기는 것
숲속의 담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슬프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뭔가 정확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 덩어리가 남는 작품이다. 이걸 글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좀 어렵다.
담은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다. 그 선택이 슬픈 이유는 우리도 어느새 담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말은 비극이냐 희극이냐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담이 원하는 방식으로 끝났으니까.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네이버 완결 웹툰 별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오늘의 우리만화 상 수상에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장관상까지 받은 작품이다. 심지어 동화책으로도 나왔다. 그냥 입소문 난 게 아니라 진짜로 잘 만든 작품이 결국 살아남은 사례다.
네이버 웹툰 - 숲속의 담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38145
숲속의 담
어느 순간부터 성장이 멈춘 '담'은사람들을 피해 숲속으로 떠난다.
comic.naver.com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데 잔인한 건 싫다는 분 → 딱 맞는 작품이다.
완결 웹툰으로 주말 정주행 하고 싶은 분 → 130화, 생각보다 금방 간다. 너무 금방 가서 슬프다.
이미 읽은 분들 — 같이 울자
✦ 과몰입 판정 : 9.4 / 10